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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1-01 13:04
구상문학상(신인상)
 글쓴이 : 여환숙
조회 : 2,633  
간잽이/정진혁

고등어 구이가 있는 밥상머리
김이 오르는 너머 어룽어룽 눈이 흐리다
별다른 직업없이 불경스런 시장기
부평고등학교 기간제 교사3개월의 계약서에
햇살처럼 도장을 찍고 돌아온 날
와와 흩어지는 소금 알갱이 가슴이 쓰리다.
살아오면 굽어진 등에
조금 애처러운 헐한 어제와
싱거운 단어사이 밴 소금기
천천히 몸속으로 들어서는 밀물의 소리가 짜다
아직 내게 남은 게 있다면 소금일거다
먼지쌓인 실업의가슴
바닥난 통장과 빚으로 남은 열정의 얼굴에
알알이박힌 소금이 살아있다
변두리를 기웃거리던 실없는 웃음
쓰레기 더미의 시간위로
썩어가던 일이 있기 때문일까
고등어 뱃속을 날카로운 날이 스쳐가듯
아프고 비릿한 가슴에
무직의 차가운 철문이 빨갛게 녹슬어있다
내일이면 기간제 교사 3개월의 가슴이
푸른 바다를 헤치는
고등어의 날선 지느러미를 잡고
잔잔한 밥상 위를 말없이 지난다
이제 소금 좀 그만 쳐요
고등어 살점을 뚝 떼어주는 아내
웃음마저 짜다.



{ 신인상 예심 심사평 }

제1회 구상문학상 신인상 공모에 투고된 원고는 122명에 6,100여 편이었다. 신인상 응모 자격이 신인이거나 등단 5년 이하인 자로 순수 창작 미발표시50편 이상이었다. 공모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데에는 이 상이 가지는 권위와 상징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명의 심사위원들이 122명의 6,100여 편을 심시하느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이 상이 가지는 권위와 상징성을 고려해 최대한 꼼꼼하게 모든 작품들을 읽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심사에 임했다. 그 결과 10명의 본심 대상자가 가려졌다. 한석호의 '순례의 꿈' 외, 한인숙의 '마이산'외, 김찬의 '날으는 계단들' 외, 솔미숙의 '인질' 외, 임재정의 '식탁, 개들의정거장' 외, 이호준의 '잠시.영혼에 대하여' 외 49편이 바로 그것이다.
정진혁의 '간잽이'외 49편은 삶 혹은 현실의 세계와 시적 언어의 세계가 일정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시적 자아가 삶이나 현실의 세계를 피상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안으로 끌고 들어와 삭혀 육화된 언어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속에는 투영되어 있는 시인의 자의식은 어느 대목에서는 상당한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다.

우리는 신인들에게 원숙함을 대신 참신함을 먼저 요구한다. 이번 신인상 응모에 투고된 작품들은 물론 본심에 오른 10명의 시인들의 시들도 이러한 우리의 기대를 흡족하게 충족시켜준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모든것이 복제되고 카피되는 이 후기 산업사회에서 시가 존재할 수 있는 명분이 그 매너리즘에 길들여지지 않는 신선하고 참신한 감각과 감성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매너리즘에 대한 저항, 여기에 구상문상 신인상을 제정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신인다운 의식과 모험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 이재복, 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당선소감)
저녁은 살아있는 존재에게 시간의 끝을 환기시켜 준다고 했던가, 그런 저녁 나는 사다리 위에 있었다. 위태로운 나날이었다. 기간제 교사 3개월의 계약이 끝나고 눈을 뜨니 실직이 무겁게 다가와 있었다. 전화벨이 울리고 당선 소식을 접했다. 미술전시를 준비하는 친구의 작업을 돕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친구의 그림은 말라가는 고구마를 100개 그려 놓은 작업이었고 그 그림을 걸고 있었다, 마치 내가 마른 고구마가 되어 상자 속에 처박혀 있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점점 세상 속에서 말라가는 나를 보았다. 다시 푸른 잎을 키울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다. 시간 속에 내버려진 미라가 된 고구마, 그게 바로 나였다.
전화를 받는 순간 휘청거리며 전시장벽에 걸린 고구마들이 꿈틀거리는 걸 보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쁨보다 서러움이 더 솟아오름은 무엇 때문일까?
시적 재능의 부족함을 때 울 수 있는 방법은 쓰고 또 쓰는 것 외에는 없었다. 올 한 해 많은 시편을 남겼다, 머뭇거리지 말고 네가 가진 것을 내 놓아라 구상 시인이 말라가는 내 몸을 조용히 적셔주는 느낌이다. 돌이킬수 없는 길에 한 발을 내디딘 거라 생각하니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 제 말라가도 되리라, 시작(詩作)노트에 친구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붙여야겠다. 군더더기가 없는 마른 몸이 내 시가 가야 곳인가. 최대한 줄이고 덜어내고 빼내어 그것에 마음의 비움도 따라나야 한다. 시 쓰기는 나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내 안에 담겨 있는 세상을 읽는 눈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어딘가 숨어 있다 슬며시 얼굴 내미는 가슴을 잡아채어 글로 표현하는 일이다.
구상 시인은 ‘나는 역사의식이 강한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한다. 내시가 서야할 곳을 말해 주고 있다. 또 문학이라는 것을 말의 치레로 잘못 생각하고 진실을 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가슴에 새길 일이다. 내 시가 뭔가ㅔ 걸려 버둥대는 이들에게 걸려있는시간을 풀어내는 시가 되었으면 한다.
언제나 따뜻하게 나를 키우는 햇살에게 감사한다. 고마운 가족들, 깊은 시선으로 부족함을 지적해 주던 일요일 늦은 모임에 감사한다. 아직 가야 할길이 먼 시들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하며 그 고마움을 부끄럽지 않은 시를 쓰는 일로 갚아 나가겠다.